10의 n승프로젝트
-진짜 돌을 가진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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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품을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편지를 읽고 있다는 것은, 당신이 가챠를 돌려 진짜 돌이든 가짜 돌이든 하나를 뽑았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그냥 “돌” 입니다.
써놓고 보니, 5만 원씩이나 들여 가챠를 돌렸는데, 결과가 "그냥 돌"이라니 하고 혹시 실망하셨을까 봐 변명을 해보자면,
이 돌은 그냥 돌이 아니라, 미술관에 있던 돌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저는 토탈미술관에서 6개의 돌을 주워왔고, 그 돌들을 복제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짜 돌 3개를 분홍색 가챠에, 그 원형이 된 진짜 돌 3개를 보라색 가챠에 넣었습니다.
(나머지 3개의 진짜 돌과 3개의 가짜 돌은 제 손에 남아 있습니다.)
제가 의도한 바에 따르면, 이 작품은 두 개의 가챠 캡슐이 한 쌍을 이루는 구조입니다.
즉, 당신은 이 작품의 일부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머지 절반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이 작품을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가챠라는 것은 결국 "운" 에 의해 결정되는 게임입니다.
이 작품은 하나의 선택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를 찾으려면 또 다른 선택이 필요하지만 원하는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짝을 찾기 위해서는 몇 번이 될지 모르는 또 다른 결심을 해야 합니다.
이 돌을 받아든 순간은 하나의 우연이자, 선택과 흐름이 연결된 결과일 것입니다.
당신이 이 짝을 찾기 위해 다른 가챠를 뽑을지 말지, 운에 맡길지, 혹은 포기할지.
그 모든 가능성이 이 작품의 일부로 남게 됩니다.
이 돌이 작은 우연이 되어 당신의 공간에 자리 잡기를 바라며.
믹님 드림.
* 이 작업은 저의 2018년 작품 <아름다움에 대한 추상적 행동> 의 연장선인 <자연스러운 자연 연구>(2019)
시리즈 중 <진짜 돌, 가짜 돌> 에서 발전된 개념을 차용한 것입니다.